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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생애 가장 기억에 남는 아르바이트
    쓰기/추억 2017. 10. 9. 19:38


    제법 오래 전 대학을 갓 졸업하고


    한동안 취직이 되지 않았었는데


    집안 형편상 돈은 무조건 벌어야 하는 상황이었던 터라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다.


    그 중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아르바이트는 바로 PC방 야간 아르바이트 였는데


    당시 IMF가 터지고 나서


    때마침 스타크래프트 라는 게임이 열풍이 불어 PC방 창업이 활황을 맞게 되고


    그로 인해 회사를 퇴직하고 PC방 창업을 하던 분들이 정말 많았던 시기였다.


    [당시 이 게임으로 인해 여러개의 산업이 생겨났다.]



    동네에는 몇달에 걸쳐 몇개씩 PC방이 생겨났고


    어느덧 동네에는 조금 걸으면 PC방이 하나씩 보였던 그런 시기였던 것 같다.


    걸으면 보이는 동네 교회 십자가 보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그리고 아르바이트 구인란에는 PC방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구인이 제법 올라왔고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아마도 골프장 아르바이트를 마친 다음 아르바이트가


    PC방 야간 아르바이트 였던걸로 기억이 된다.



    내가 당시 했던 이 아르바이트가 지금도 많이 기억이 남는 이유는


    그 PC방의 사장님때문이었다.


    구인광고를 보고 연락을 한 후에 찾아갔던 PC방은 2층에 위치했던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사장님의 첫 인상을 본순간 처음 든 생각은


    이거 쉽지 않겠다 그런 느낌이었던 것으로 기억을 하는데


    그건 아르바이트 첫날부터 바로 현실로 다가왔다.



    당시 처음 아르바이트를 하러 간 날 부터 그만 둘때까지


    그분은 나를 1시간이상 세워놓고 일장 연설을 늘어놓았는데


    밤에 어떻게 해야 한다 라는 말부터


    심지어 정치 얘기까지 그 분은 나를 세워놓고 뭐가 그리 할말이 많은지


    온갖 말을 다 한 후에

    (아르바이트를 그렇게 대놓고 의심하는 사람은 그때 처음 봤던 것 같다)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나중에  회사를 다니면서 이런저런 사람을 많이도 만났지만


    그럭저럭 잘 넘어갈 수도 있었던 것도


    이때 아르바이트를 했던 석달의 시간이 나에게 사람에 대한 인내심을 제법 키워주었던게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든다.


    물론 지금은 그렇지 못하지만......


    [구글에서 찾은 그나마 좀 비슷한 느낌의 PC방 사진.  물론 이보다 그곳은 훨씬 안좋았다.]


    기억에 남았던건 그때의 일장연설도 있지만


    자판기 커피 한잔도 내 돈으로 뽑아먹는건 기본이었는데


    이건 뭐 그럴수 있다고 해도


    가장 나를 화나게 하고 얼른 그만둬야 겠다고 생각했던 계기는


    먼저 야간을 서는 나에게 아주 오래된 밥을 나에게 밤에 먹으라고 준 것이었다.


    개도 안먹고 버릴 오래된 밥을 먹으라고 하는 것을 보고


    이 사람 밑에서 오래 아르바이트 하다가는 큰일나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더불어 걸핏하면 아르바이트 시간이 끝난 나를 붙잡아 놓고 이런저런 일을 시켰고 시키려고 했는데


    하루는 두시간 이상 나를 붙잡고 뭔가를 시켜 내가 너무 화가 나 키보드를 거칠게 두들겼던 기억이 난다.


    밤새 피곤해 죽겠는데


    자고 온 본인은 내 상태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당당히 일을 시켰고 시키려고 했으니


    화가 나는건 당연한데 그 사람은 내가 화를 내는 표현을 하자 도리어 본인이 화를 내었다.


    그 밖에도 아르바이트를 하던 몇달에 걸쳐 참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결국


    설이었는지 추석이었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눈이 왔던 기억이 있어 아마도 설이었던 것 같다)


    명절이 다가오던 무렵 이제 그만두겠다는 얘기를 했고


    그만두면 월급 못준다는 얘기등으로 몇번 크게 싸우고 난 이후


    아주 어렵게 그곳을 그만둘 수 있었다.



    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사회에 나오니 이런 사람들이 있구나 라는 생각을 했고


    나중에 별의별 사람을 만났지만


    한동안 그 이상가는 사람을 만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의도치 않게 정신 수양에도 도움이 됐던 것 같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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